실증경제이론과 규범경제이론

경제이론은 또 다른 관점에서 실증경제이론과 규범경제이론으로 나눌 수도 있는데, 이는 경제문제를 어떤 각도에서 다루느냐에 따른 구분이다. 다시 말해 있는 그대로의 경제 현실을 분석하는가, 아니면 가치판단을 도입해 어떤 것이 바람직한지 아닌지의 관점에서 문제를 보는가에 따라 구분한다는 뜻이다.

실증경제이론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는 특징을 갖는다. 예를 들어 국제수지에 적자가 발생했다고 할 때, 그것이 바람직한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실증경제이론의 관심사가 아니다. 실증경제이론은 그것이 어떤 이유로 발생했으며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분석하는 데만 관심을 갖는다. 이와 같은 실증경제이론은 현실의 데이터에 기초해 그것이 옳고 그른지를 검증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반면에 규범경제이론은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의 차원에서 경제문제를 논의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실증경제이론과 대조적으로 규범경제이론에서는 객관적 사실보다 주관적 판단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규범경제이론은 개인적 특성이나 선호 혹은 의견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처럼 주관적 판단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론이기 때문에 현실의 데이터에 의해 그것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다.

간단히 말해 실증경제이론이 현실 그 자체를 중시한다면, 규범경제이론은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의 당위를 중시한다는 차이가 있다. 달리 표현하면 실증경제이론은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묘사하는 이론인 반면, 규범경제이론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조언해 주는 이론이라는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앞으로 우리가 이 책에서 배우게 될 경제이론은 대부분이 실증경제이론의 성격을 갖고 있다. 경제학을 공부하려면 일단 경제가 어떻게 움직여 가는지 그 기본 원리부터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이 수행하는 대부분의 연구도 실증경제이론의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현실의 경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그들의 주요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어떤 정책이 바람직한지의 여부를 평가할 때는 규범경제이론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세상에 모든 사람들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 정책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어던 사람들에게는 이득을 가져다주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손해를 가져다주는 성격의 정책이 대부분이다. 그런 정책이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바람직한지의 여부를 평가하려면 그 이득과 손실을 비교해 보아야만 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사람에게 발생하는 이득과 손실을 1:1로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예를 들어 어떤 정책이 부자에게 1억원의 이득을 가져다주는 한편, 가난한 사람에게는 5천만원의 손실을 가져다준다고 하자. 이 경우 그 이득과 손실을 1:1로 비교해 그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부득이 어떤 가치판단을 도입하고 이에 기초해 이득과 손실을 비교할 수밖에 없다. 이 비교의 결과 그 정책이 바람직한지의 여부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데, 바로 이것이 규범경제이론의 접근방법이다.

그런데 현실의 경제현상을 해석하는 것이나 정책을 처방하는 일을 둘러싸고 경제학자들이 견해를 달리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물가가 계속 올라가는 것을 보고 어떤 경제학자는 정부가 돈을 너무 많이 푼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보는 반면, 다른 경제학자는 임금 상승에 의한 압력이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렇게 현실을 다르게 해석할 때 처방도 다르게 나오리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와 같은 견해차는 지식의 불완전성 때문일 수도 있고, 가치판단의 차이에서 나올 수도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 서로 잘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는 저마다 자기 생각이 옳다고 고집해 의견의 일치를 보기 힘들다. 설사 경제의 움직임에 대해 완전한 지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가치판단의 차이 때문에 의견의 충돌이 생길 수 있다.

지식의 불완전성 때문에 생긴 견해차는 이론의 발전에 따라 점차 해소될 수 있지만, 가치판단의 차이에 의한 견해차인 경우에는 문제가 다르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가치판단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가치판단의 차이에 의한 견해차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어떤 정책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모든 경제학자들의 입에서 똑같은 말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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