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기구

효율성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시장경제를 능가할 체제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시장경제가 갖는 효율성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 효율성의 원천은 가격이 시장경제의 자원배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즉 가격기구에 의해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누구를 위해서 생산하느냐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효율성이 나온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가격기구라는 말은 가격이 경제 안에서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하나의 기구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데서 나왔다.

스미스는 가격기구의 그와 같은 역할을 ‘보이지 않는 손’에 비유했다. 사람들이 이기적으로 행동해도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이를 공공의 이익으로 이끌어 준다는 것이다. 그가 지은 경제학 최고의 고전 <국부론>에 등장하는 다음과 같은 구절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수행하는 역할에 대한 고전적인 설명으로 널리 인용되고 있다.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혹은 빵집 주인의 자비심에서 우리 저녁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 저녁은 자신의 이익에 대한 그들의 관심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가격기구는 시장경제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함으로써 효율적인 자원배분에 기여하는 것일까? 시장경제에서 가격기구가 수행하는 주요한 역할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신호의 전달

가격이 수행하는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주체들 사이에 신호를 전달해 주는 일이다. 가격의 높고 낮음은 소비자가 그 상품을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 또는 생산자가 그 상품을 생산하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는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은 정보는 합리적인 경제적 선택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유인의 제공

어떤 상품의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그것을 더 많이 생산할 유인을 준다. 가격이 오르면 그것을 생산하는 기업의 이윤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시장경제 안의 기업들은 바로 이 유인을 좇아 열심히 생산활동을 하게 된다. 또한 특정한 기능을 보유한 사람에게 지불되는 높은 가격, 즉 높은 임금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와 같은 기능을 습득하게끔 만드는 유인이 된다.

앞에서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고 그것을 누구에게 배분해 주는가의 문제를 통틀어 자원배분의 문제라고 부른다는 설명을 한 바 있다. 이 세 가지 문제를 성공적으로 풀어냈을 때 우리는 효율적 자원배분이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효율적 자원배분이란 쉽게 말해 적절한 상품의 조합이 적절한 방법으로 생산되어 사람들에게 적절하게 배분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입을 것보다 먹을 것을 더 좋아하면 쌀을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또한 노동이 풍부한 경제에서는 노동을 많이 쓰는 방식으로, 자본이 풍부한 경제에서는 자본을 많이 쓰는 방식으로 생산하는 것이 효율적인 생산방식이다. 나아가 먹을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쌀을 더 많이 배분하고, 입을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옷을 더 많이 배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가격기구는 신호를 전달해 주고 유인을 제공하는 기능을 통해 이 세 가지 문제의 성공적 해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시장경제체제는 효율적인 자원배분의 측면에서 다른 체제보다 월등한 우위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경제가 우리에게 낙원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시장경제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이 이런저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시장경제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장경제가 갖고 있는 장점은 효율적 자원배분의 측면에 한정된다. 그런데 효율적 자원배분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사회가 바람직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람직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효율성과 더불어 공평성의 조건도 함께 충족되어야 하는데, 가격기구가 이 조건까지 충족시켜 준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경제가 우리에게 낙원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장경제라고 해서 언제나 가격기구가 제대로 기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도 주의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가격이 아닌 배급에 의해 자원이 배분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전쟁이나 천재지변 같은 외부적 요인 때문에 가격에 의한 수급조절이 힘들 때 배급이란 방식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으로는 선착순이나 제비뽑기, 혹은 배급표 등의 방식에 의해 경제적 자원의 배분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가격기구를 활용할 수 없는 데서 오는 어느 정도의 비효율성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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